머리 말리다 병 걸릴라...딸들 위해 청정 드라이기 만든 공학도 아빠

[스타트UP스토리] 김민수 순수바람 대표 "신제품엔 모발 케어 기능까지 장착"
  • 2022.10.17 04:30
  • 김민수 순수바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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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순수바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3년에 아내를 뇌졸중으로 먼저 보냈어요. 딸 둘, 아들 하나 있는데 당시 아이들이 여섯 살(이란성 쌍둥이), 세 살로 어렸죠. 건강하던 사람을 갑자기 보내고 전자파가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우연히 봤습니다. 그리고 딸들의 머리를 말려주던 드라이기에서 전자레인지보다 더 많은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죠."

김민수 순수바람 대표(사진)는 전자파 측정기를 꺼내 실제 가동되는 드라이기를 밀착했을 때 전자파가 500mG(밀리가우스·전자파 측정기준) 가까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주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밀착 시 150~200mG 수준이고 30㎝ 떨어지면 8mG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드라이기 역시 30cm 떨어뜨리면 7mG로 낮아지나 일반적으로 밀착 사용한다는 게 문제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동아쏘시오그룹에서 17년간 개발·생산·CS(고객서비스)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창업은 생각도 안했다. 드라이기도 딸들의 머리를 말려주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아이들이 뜨거운 바람을 싫어해 드라이기의 내부를 뜯어본 건데 김 대표에겐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었다.

일반적인 드라이기는 니크롬 코일을 가열한 후 모터에서 팬을 구동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전자파는 니크롬 코일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드라이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100도 이상 열이 오르는데 외부 케이스에 전달되는 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연재로 사용하는 유리섬유커버에서 미세먼지와 라돈 등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드라이기를 개발해 아빠의 선물로 주고 싶었다"면서 "2014년 특허출원을 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2017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되면서 퇴사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자파·미세먼지·라돈 잡은 안전한 드라이기…반려동물용도 출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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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순수바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7년 4월 설립된 순수바람은 이듬해 전자파, 미세먼지, 라돈 3가지 유해요소를 잡은 드라이기 '퓨어리즘'을 출시했다.

퓨어리즘에는 기존 드라이기를 구동하던 니크롬코일과 유리섬유커버, 일반 직류(DC)모터 대신 자체 개발한 알루미늄 소재의 세라믹 히터와 과열방지를 위한 윈심형 유로 라인,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BLDC(Brushless)모터를 사용해 전자파와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발생을 최소화했다.

가격이 10만원대의 프리미엄급이라 첫 양산은 200대만 만들기로 하고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는데 30분 만에 동날 정도로 수요가 컸다. 이후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 제품을 좀 더 개선했으며 이달말 선보일 신제품 'LED 스마트 두피 드라이어 퓨어리즘 제로'에는 모발 및 두피케어 기능이 있는 LED(롱텀에볼루션) 근적외선까지 적용했다. 순수바람의 주력제품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 실제 퓨어리즘 드라이기의 전자파를 측정해 확인해줬다. 본체에서 7.6mG, 손잡이에서 5.1mG가 나왔다. 타사 제품의 본체에서 493mG, 손잡이에서 114.6mG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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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바람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본체에서 7.6mG, 손잡이에서 5.1mG에 그쳤다. /사진=김유경 기자.

미세먼지와 라돈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헤어드라이기 전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미세먼지 발생 여부를 테스트해 거의 나오지 않음을 확인했고 한국기초과학연구원으로부터 라돈이 나오지 않았다는 시험결과서를 받았다.

디지털 제어장치를 통해 온도와 바람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밖에 두피 전용 브러시를 사용한 두피케어 관리가 가능하며 저소비 전력(850w)으로 전기세 절감 효과도 있다.

순수바람은 국내는 물론 일본에도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아울러 후속제품으로 저소음의 반려동물용 드라이기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연말쯤 소음을 줄인 드라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청정기로 사업영역 확대…습식필터 개발


헤어드라이기 개발에 이어 순수바람은 습식필터 공기청정기 개발에도 나서며 사업영역을 생활가전으로 확대했다.

일반 공기청정기는 헤파필터를 사용, 폐기물이 발생하는 반면 순수바람이 개발한 습식필터는 물로 미세먼지는 물론 유해가스도 제거한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습식필터 성능시험을 진행한 결과 대장균, 폐렴균, 바이러스 등 부유 미생물이 99.9%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R&D(연구·개발)과제로 습식필터 공기청정기와 정수기를 결합한 제품을 개발 중이며 내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R&D과제로 축산용 습식필터 송풍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드라이기를 미용실에 납품하다 수건 말리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기청정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면 수건도 말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게 됐다"며 "일반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더 안좋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습식필터를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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