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은 노트북, 밤말은 난방기…말귀 알아듣는 가전시대 연다

[스타트UP스토리]감바랩스 박세진 대표
  • 2024.12.05 07:00
  • 감바랩스의 '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 모듈'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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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랩스의 '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 모듈' 개념도

#, 직장인 A씨가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 왔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거실엔 평소 A씨가 선호하는 아늑하고 은은한 분위기의 조명이 켜진다. 보일러는 반신욕을 즐기는 그를 위해 따뜻한 물을 데우기 시작한다. A씨가 소파에 앉자 맞은 편 TV엔 그가 최근 이 시간대 즐겨보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가 자동으로 켜지고, 주방 앞 모니터엔 A씨의 특이체질을 고려한 영양식 재료 목록이 나타나 주문을 기다린다.

이는 감바랩스가 개발한 '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인공지능) 모듈'을 통해 구현할 미래의 한 모습이다. 해당 기술은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아채는 기능을 갖췄다. 3초 가량의 음성데이터만 확보하면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음성인식 기술은 매우 큰 시스템이 받쳐줘야만 했다. 스마트폰이나 AI스피커를 통해 음성이 클라우드로 전달되고 여기서 인식과 처리 과정을 거쳐 내려오는 형태다. 어쩌다가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보니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감바랩스의 '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인공지능) 모듈'은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가전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작게 설계됐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작동한다.

박세진 감바랩스 대표는 창업 전 삼성전자에서 LTE(4G) 모뎀설계를 이끈 통신칩 전문 엔지니어 출신이다. 감바랩스의 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 모듈은 LG전자 노트북 브랜드 '그램'에 탑재할 솔루션 중 하나로 채택됐다. 박세진 대표는 "그램처럼 초슬림을 강조한 얇은 노트북에 들어가는 장비는 '초경량·초소형'이어야 하는 데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덕에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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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랩스 박세진 대표

감바랩스의 온디바이스 음성·화자 인식 AI 모듈이 탑재되면 노트북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를테면 노트북을 켜고 "자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라고 얘기하면 노트북이 그 음성을 분석해 사용자를 구분하고 그에게 최적화된 컴퓨터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식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나온 시점에 글자, 숫자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쳐서 입력하는 방식은 어쩌면 매우 원시적인 인터페이스일 것"이라며 "우리가 귀(온디바이스 음성·화자인식 AI 모듈)를 달아주면 말 하는 행위 자체가 입력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바랩스는 현재 LG전자 공장에서 노트북 탑재를 위한 PoC(기술검증)를 진행 중이다.

온디바이스 음성·화자 인식 AI 모듈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노트북 뿐만이 아니다. 키오스크, 로봇청소기, 도어락 등 전자제품엔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박 대표는 "초경량·초소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과 5달러 이하라는 가격경쟁력은 대부분 제품 제조사들이 도입을 검토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차별포인트"라고 말했다.

공장과 같이 기계 소리가 요란한 생산 현장에서도 접목할 수 있다. 음성·화자인식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높은 오인식과 소음 환경 대응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공장에서 '작동 중지'와 같은 긴급 명령어 인식과 제어 성능을 검증한 결과, 일반 환경에서 인식률 99%, 다양한 소음 환경(80~90dB)에서도 98% 이상으로 명령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산업현장에서 설비와 기기를 목소리로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면 근로자 안전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원하는 고객사를 통해 이 같은 기능을 테스트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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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랩스가 이 같이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대기술지주의 추천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선정된 덕분이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연구개발을 해오면서 투자사 IR(기업공개) 대회도 많이 다녔지만 우리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고 당장 눈에 보이는 시장이 없어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다"며 "팁스로 받은 R&D(연구개발) 예산이 없었다면 이 기술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10월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퍼스트펭귄'으로 선정된 후 해외 특허 출원·등록을 진행 중이다. 해외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에서 PoC 요청 및 주문이 늘어난 탓이다. 그는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차량 내부 인포테인먼트에 적용할 칩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부터 안마기, 밥솥, 에어컨 등 국내외 각종 제품 제조사에서 문의가 들어 오고 있다"며 "내년 본격적인 매출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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