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힘든 '역직구', 부산 남매가 뚫었다…106개국서 러브콜

[스타트UP스토리]딜리버드코리아 김종익 대표·김재은 이사 인터뷰
  • 2024.03.25 13:00
  • 딜리버드코리아의 김재은 이사(왼쪽)와 김종익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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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드코리아의 김재은 이사(왼쪽)와 김종익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국내 소비자가 해외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것을 '직구',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역직구'라고 한다. 역직구는 포화된 한국 시장을 벗어나 전세계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이 공들이는 영역이다.

아이돌·영화·드라마·웹툰 등 다양한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흥행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고, 이와 맞물려 역직구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역직구 거래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이에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역직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사몰을 영문 페이지로 만드는 것에 그쳤을 뿐 역직구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진 못했다. 들어가는 노력 대비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서다.

실제로 카카오스타일의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2022년 7월부터 일본과 북미에서 역직구 사업을 시작했다가 1년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중단했다. '사업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나 업계에서는 비용 대비 성과가 낮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들도 난항을 겪는 역직구 분야에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올리고 있는 곳이 있어 주목된다. 국내 이커머스 셀러와 해외 소비자를 연결하는 '딜리버드코리아'다.


해외 소비자 관점에서 역직구 사업모델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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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드코리아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공급자 중심의 개념이 아닌 수요자(해외 소비자) 관점에서 역직구 사업모델을 설계해 기존 접근법과 차별화했다.

해외 소비자들이 딜리버드코리아에 자신들이 알아본 품목 링크를 입력하거나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을 표시하면, 해당 제품 또는 유사한 제품에 대한 구매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을 해외로 보내는 배송대행 △국내 쇼핑몰에서 제품을 대리 구매한 뒤 배송하는 구매대행 △국내 셀러의 해외 판매를 돕는 기업용 해외배송 등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해외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소비하지 않는지 등 수요를 기반으로 역직구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해외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를 기반으로 어떤 브랜드가 반응이 있을지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했다.

김재은 딜리버드코리아 이사는 "역직구와 관련해 해외 유명 쇼핑몰들은 중앙 집중화를 시키는 구조다. 우리는 국내 쇼핑몰들이 기존 방식대로 운영하면서 해외 소비자가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딜리버드코리아는 직영몰 'DKshop'도 운영하고 있다. K-팝부터 뷰티·라이프스타일 등 해외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판매한다. 20개 이상의 언어가 지원되며 결제·배송이 한 번에 이뤄진다.

김재은 이사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주목받는 한국 제품이 생기고 그것을 빨리 구매하고 싶어하는 해외 소비자들이 굉장히 많다"며 "당장 구매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딜리버드코리아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06개국 40만명 이상의 해외 소비자에 K-제품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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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드코리아는 국가별 소비 키워드 데이터를 파악해 현지 수요에 맞는 광고 마케팅도 펼친다. 영국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검색 키워드가 증가하면 이와 관련한 타깃 광고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기업 대상 비즈니스를 했지만 지금은 해외 소비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해외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SNS 등 모든 채널에서 마케팅을 진행한다.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유입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기준 딜리버드코리아를 통해 106개 국가 40만명 이상의 해외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이 배송됐다. 판매된 주요 제품은 K-팝 관련 굿즈를 비롯해 화장품, 패션, 전자기기 등이다.

딜리버드코리아의 매출도 2021년 18억원에서 2022년 50억원, 지난해 100억원대로 연평균 230% 수준 가파르게 성장했다. 김 대표는 "트래픽 분석 업체에 따르면 미국에서 접속하는 한국 사이트 중 딜리버드코리아가 탑10 안에 들어간다는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연쇄 창업가 남동생과 마케팅 분야 교수 누나가 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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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드코리아의 김재은 이사(왼쪽)와 김종익 대표 /사진=딜리버드코리아
딜리버드코리아가 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김종익 대표와 김재은 이사의 '특별한 관계'에 있다. 두 사람은 가족 사이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흔치 않은 '남매 투톱' 사례다.

연쇄 창업가 출신인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부산에서 의류 유통 사업을 하던 중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물류업체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액세서리를 재판매하는 미국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합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다시 창업에 도전한 것은 2013년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역직구 솔루션을 운영했으나 넓은 사업 범위로 인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고,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2021년 지금의 사업모델로 피보팅했다.

두 살 누나인 김 이사는 15년간 강단에 섰던 대학교수 출신이다. 이화여대와 고려대,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심리학과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오클랜드대에서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고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2017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던 중 동생의 사업을 조언하며 자신이 연구해 온 마케팅 이론을 현장에 접목하는 데서 재미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외 소비자 수요 데이터 기반으로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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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드코리아는 매일 축적되는 해외 소비자의 수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 확장을 구상 중이다. 김 이사는 "올해 하반기 완성을 목표로 '딜리버드코리아 2.0' 작업에 돌입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고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딜리버드코리아 2.0은 어떤 제품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 수 있을지, 다음에 잘 팔릴 제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데이터 분석과 조합,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기술을 기반으로 역직구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김 대표와 김 이사는 사업이 커지더라도 본사의 위치를 계속 부산에 두고,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다음 달부터 부산항과 후쿠오카항을 오가는 해상 특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 제품들이 부산을 거쳐 일본 전역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하는 것이나 인재를 채용하는 문제 등에 있어서 부산은 지리적인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일본과의 접근성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한계점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방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생활할 때 우리나라 시장이 글로벌화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쉽게 진출하고 외국 소비자 역시 국내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중물, 그런 시점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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