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 어디로? AI가 핫플·숙소·일정 3분내 짜준다

[스타트UP스토리]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 "코로나19, 새로운 여행 시대 여는 시발점"
  • 2021.05.26 05:30
  •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mage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직장인 A씨는 주말이나 휴일 짧게 여행가는 것을 좋아한다. 일정을 짜는 작업이 귀찮아 블로그 몇 개 찾아보고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길에 오른다. 돌아온 뒤 '나름 즐거운 여행이었다' 자평하지만 한켠으론 맛집이나 명소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A씨처럼 귀차니즘(만사 귀찮아 게으름 피우는 상태)이 강한 여행족들에게 웹과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여다(여행을 열다)'는 최적의 여행 설계사이자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다는 여행일정 디자인 스타트업 '스토리시티'가 만든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여행 설계 서비스다. 한국관광공사의 추천 여행지나 인스타그램 '핫플(인기 있는 장소)' 등 SNS를 분석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여행일정을 제안한다.

특히 국내 여행 관련 가이드북에 나온 장소들을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구글·네이버·카카오 등에 등록된 리뷰를 토대로 숨은 맛집·명소까지 파악해 전국 2만여곳에 달하는 '믿고 갈만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는 △날짜 △동행자 △출발지 △여행지역·이동수단 △숙소 △원하는 활동 △여행성향 △연령·성별 등 8개 항목에 답변만 하면 여행 동선이 구성된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항목은 여다의 추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답변을 마치고 여행 일정표를 주문하면 3분 안에 맞춤형 일정표가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전송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나 식당이 추천됐을 때는 일정표 내에서 다른 후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여행 원하는 중장년층 만족도 높아"



image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여행 규모는 2019년 대비 4배 늘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관광수요가 국내로 몰렸다. 스토리시티는 국내 여행에 집중해 여다를 고도화했다.

스토리시티는 박상욱 대표(CEO)를 비롯해 삼성전자·탭조이 출신 최승훈 최고기술책임자(CTO), 일본 딜로이트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MBA 출신 현구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2월 공동 창업했다.

같은 해 12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프리시드(Pre-seed)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자유치가 쉽지 않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결정이 이뤄졌고, 이와 맞물려 여다 이용자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박상욱 대표는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런칭 일주일 만에 1000명이 이용했다"며 "사람이 여행 일정을 만들어주는 것은 있었지만 AI가 하는 곳은 없었다. 국내 여행에 집중해 넓고 깊은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여다는 MZ세대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용자 중 중장년층이 절반 정도 된다"며 "항상 가는 곳만 가던 분들이 새로운 장소를 추천받아 가는데 대해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가 있거나 부모님과 여행을 하는 사람도 여다를 좋아한다"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여다는 직접 찾기 어려운 곳들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매우 편하다'는 피드백을 준다"고 덧붙였다.

스토리시티는 코로나19을 고려해 전국의 방역안심 여행 장소들만 골라 일정을 제작하는 '안심여행일정' 기능을 여다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선정한 비대면 관광지 100선을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지정한 안심식당 등을 우선 적용한다.

MBTI로 여행성향을 분석해 자신과 잘 어울리는 국내 여행지를 추천 받는 서비스도 별도로 제공 중이다. 테스트를 마친 이용자가 여다 페이지로 이동해 맞춤형 여행일정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45인승 버스여행 없어져도 혼자·소수 여행 더욱 늘어날 것"



image
박상욱 스토리시티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 대표는 코로나19 시대 여행은 새로운 형태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거리두기의 사회가 될 것"이라며 "45인승 버스로 다 같이 가는 여행은 없어질지라도 혼자 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수의 여행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방 중소도시들에도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제주·부산 등 다들 찾는 곳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의 여행이 늘 것"이라며 "한국의 모세혈관 같은 소도시들에게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그에 적합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자체들과 협업을 맺고 지역별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지자체들이 관광 예산을 어떤 동상을 세우는데 쓴다거나 제대로 된 홍보를 못하고 있다"며 "여다 DB를 통해 스마트한 홍보와 콘텐츠 발굴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글로벌 차원의 한국여행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방탄소년단(BTS)이나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여행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향후 한국을 넘어 일본을 시작으로 여다의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외국인의 국내 방문뿐만 아니라 일본처럼 한국과 비슷한 구획이나 대중교통 체계 등을 갖고 있는 국가로 여다 서비스를 차근차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타격이 컸지만 코로나는 새로운 여행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라며 "한국이 가진 여행 잠재력을 산업적으로 뒷받침하고,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여행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