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주무르던 투자은행 임원 손대자 '아파트 관리비' 투명해졌다
[스타트UP 스토리]정성욱 살다 대표 "통합관리솔루션 ‘잘살아보세’로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2021.03.09 07:36
- 공동주택 통합관리솔루션 ‘잘살아보세’ 개발·운영하는 정성욱 살다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공동주택 통합관리솔루션 ‘잘살아보세’ 개발·운영하는 정성욱 살다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
사는 동네만 말하면 ‘평균 세대수’를 외운 듯 바로 맞춘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을 주무르던 IB(투자은행) 뱅커(banker)에서 프랍테크(Property+Technology)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한 정성욱 대표가 주인공.
‘천만가지 아파트 솔루션’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살다’를 창업한 정 대표는 삼성물산(1994~1998년)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라자드(Lazard, 2000년~2005년)와 SC제일은행(2006년~2011년) 등에서 투자의 ‘촉’을 키우며 머니게임의 격전장을 누빈 사업가다. 투자은행 임원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돌연 창업에 눈을 돌려 홀로서기에 나선 건 왜일까.
“열심히 일해서 꽤 많은 성과를 이뤘고 40대 갓 넘어 투자금융부를 이끄는 국내 시중은행 전무가 됐죠. 그런데 같은 일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꿈꾸던 사업가로 살아보기 위해 해외로 떠났습니다. 제가 바닥에서 뭔가를 직접 만들어 갈 때 제 자신을 찾을 수 있고 참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살다의 핵심사업은 공동주택 통합관리솔루션 ‘잘살아보세’이다. 정 대표가 2017년 일본에서 IT(정보통신)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할 때 일본과 한국의 주택관리 행태에 차이가 많은 것을 보고 이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일본엔 주로 100세대 이하의 소형아파트가 많은 데 두세 개 단지를 보통 한 사람이 관리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있고 그곳에서 여러 명이 일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죠. 혼자 하는데도 정말 관리가 잘 됐어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 하고 들여다보던 중에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디지털화)에 답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아파트 관리업무를 디지털화한 잘살아보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찾아올 손님이 있을 때 잘살아보세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방문할 차량 번호를 미리 입력하면 주차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린다. 입주민 간 모바일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설문조사 및 이웃 간 대화·정보를 나눌 수 있고, 동대표 선거를 위한 전자투표, 입주민 간 중고물품 거래 및 공동구매, 아파트 장기수선관리 및 비대면 민원 등록·처리, 관리비 항목별 사용내역서 공개 등 서비스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동주택 통합관리솔루션 ‘잘살아보세’ 개발·운영하는 정성욱 살다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
최근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잘살아보세를 찾는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도 늘고 있다.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 1만7000여곳 중 2000여곳이 잘살아보세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500개 단지 꼴로 가입이 늘고 있다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파트 단지 내 공간에 대한 관심과 니즈, 사용 방식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일 거예요. 잘살아보세는 아파트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 입주민들의 눈높이에 관리사무소가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줍니다.”
살다는 벤처캐피탈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고, 서울산업진흥원(SBA)으로부터 다양한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정 대표는 잘살아보세의 기능이 ‘아파트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옆집과 데면데면하죠. 아파트 숲에 사는 우리 일상의 단면인데 잘살아보세는 주민과 주민, 주민과 관리사무소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동네 일에 주민 개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내죠. 소위 말하는 ‘아파트 민주주의’를 이뤄낼 기술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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