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번진 '꿀벌 실종' 사태…성형외과 의사 해결사로 나섰다
[스타트UP스토리]국내 꿀벌 의약품 전문기업 1호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 "꿀 고급화 전략 필요"- 2022.03.22 08:31
-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가 '꿀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자를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가 '꿀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자를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
모두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이다.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일환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양봉 산업이 찬밥 신세다. 관심을 두는 대기업도 거의 없을 뿐더러 산업 구조도 열악하다. 국내 양봉 농가는 약 10만명( 3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 중 70%는 벌을 통해 수분된다. 최근 딸기값이 치솟은 건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면서 이런 수분이 원활하지 않아 기형 딸기가 생긴 탓이다. 꿀벌 실종에 따른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성형외과 의사가 이를 해결해 보겠다며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해 뛰어들었다. 국내 꿀벌 의약품 전문기업 1호인 '바이오포스'의 홍기석 대표가 바로 그다.
홍 대표는 "최근 꿀피부를 만들기 위해 '꿀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 유행하듯 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며 "지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양봉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국내 양봉산업 현황과 사업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관련 부처 자료를 보니 이달 전국 양봉농가의 18%가 피해를 봤고 약 70억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보통 월동 과정에서 꿀벌의 개체 수가 줄기 마련이나 올해는 그 양상이 예년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꿀벌응애(해충)와 과도한 농약 사용과 더불어 꽃의 개화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친 이상 기후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본업은 성형외과 의사인데 꿀벌 질병 치료제·면역증강제 등으로 창업한 이유는.
▶'꿀벌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다가 돼지·소·닭 쪽은 전문 제약사들이 있는 데 축산법상 같은 가축으로 분류돼 있는 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약을 연구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사람 병을 낫게하는 약이나 동물·곤충 약이나 약재가 약간 다를 뿐 치료법은 거의 비슷하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밖에 못산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꿀벌 약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꿀벌을 지키는 일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국내 꿀 시장 어떤가.
▶제가 알기로 베트남산에 400% 관세가 부과되는데 그래도 국산보다 싸다. 우리나라에서 꿀 들어가는 제품들은 죄다 수입산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양봉산업진흥법이 제정됐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 소극적인 편이다. 우리는 국내 양봉 농가에서 생산한 꿀을 납품 대행도 하고 있는데 농심과 교촌치킨이 비싸도 받아주고 있다. 꿀 꽈배기, 허니치킨 만드는 데 쓴다.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3년간의 연구 끝에 꿀벌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영양제 '비해피'를 개발했다. '비해피 골드'는 꿀벌의 산란을 촉진한다. 산업곤충연구소와 임상 실험을 했는 데 산란률이 75% 증가했다. 요즘에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니까 원치 않은 곳까지 뿌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농약을 중화시켜 꿀벌을 구하는 해독제 '비해피 디톡스'도 개발했다. '아그로충'은 유기농 살충제다. 벌은 안 죽고 일반 해충만 죽인다. 꿀벌 해충들은 대부분 딱딱한 각질의 등껍질을 가지고 있는 데 여기에 잘 붙도록 약재의 접착력을 강화했다. 꿀벌은 날개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붙지 않는 원리다. 이들 제품의 공통된 특징은 화학성분이 아닌 자연 추출물로 만든다는 거다.
-최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특허 이전받았다고 들었다.
▶아카시아꿀은 동아시아에서만 생산되는 데 우리나라 꿀에서만 향이 난다. 식물호르몬 중 하나인 아브시스산도 풍부한데 위장병에 좋다. 특허는 꿀에서 아브시스산을 고농도로 이끌어내는 기술인데 리터당 30g 이상 함유돼 있으면 위장 장애 치료에 탁월하다. 관련 상품을 기획 중이다.
-한국 양봉 업계를 활성화할 방책이 있다면.
▶호주의 프리미엄 마누카꿀처럼 고급화·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대량생산·박리다매식 생산법은 수입산과 경쟁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연천 야생화꿀', '제주 밀감꿀', '공주 밤꿀' 등 지역별 꽃꿀 고급화를 기획 중인데 양봉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프리미엄 꿀을 만들 수 있게 기술 지원도 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면세점에서 김치, 김과 함께 꿀도 필수템으로 사가는 날을 꼭 이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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