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페북에 지친 사람들 '여기' 몰린다...월 30만명 찾는 '일기 SNS'
[스타트UP스토리]배준호 윌림 대표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주겠다"- 2022.01.19 07:00
- 배준호 윌림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준호 윌림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익명 기반 소셜 일기 앱 '세줄일기'는 기존 SNS와 달리 보여주기식이 아닌 '자신의 진짜 이야기'에 집중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단 세 줄 짜리 글과 사진만 올리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진정성 담은 글을 쓰기 위해 더욱 심사숙고하게 된다.
세줄일기를 개발한 배준호 윌림 대표는 "내 솔직한 마음을 기록하고 이를 익명으로 공개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세줄일기는 2017년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12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30만명을 확보했다.
배 대표는 삼성SDS 출신이다. 사내 커플이었던 아내와 동반 퇴사한 후 약 3000만원을 들고 400일 동안 세계여행을 했다. 하지만 여행 중에도 '무엇인가 남기고,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한다.
그는 "여행보다 기록에 매몰됐고 오히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내가 '세 줄만 써보라'고 조언하면서 부담을 떨칠 수 있었다"고 했다. 기록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세줄일기는 속마음에 집중했고 고민과 아픔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암 환자, 성소수자, 왕따 피해자 등 남에게 쉽게 터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세줄일기를 적극 사용한다.
윌림은 각 개인뿐만 아니라 '같이 쓰는 일기'를 통해 이용자들 간 더욱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일기 콘텐츠를 한데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는 '일기책' 서비스도 제공하며, 매월 50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배 대표는 "어떤 팬클럽이 같이 쓰는 일기를 통해 작성한 글들을 책으로 만들어 해당 스타에게 보내준다거나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학급 친구들이 나눈 얘기들, 암 환자들끼리 서로 위로한 내용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또 다른 힐링 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했다.
윌림은 세줄일기 이용자들의 오프라인 모임 '세줄식탁'도 진행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중단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이고 있으며 매회 동시 접속자수가 1000명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윌림은 인라이트벤처스와 서울대기술지주의 초기 투자에 이어 스트롱벤처스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서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팁스(TIPS)에도 선정돼 누적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으며, 올해 시리즈A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다.
세줄일기를 통해 약 1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소셜 디스커버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소셜 디스커버리는 SNS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발견·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배 대표는 "소셜 디스커버리 시장은 현재 남녀, 데이트 앱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는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많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중에는 세줄일기에 통화 기능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일기를 공개해 글로 소통하는 것을 넘어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우선 베타 버전 형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면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로 남아있다면, 그때 가서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붙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준호 윌림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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