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부터 아트토이까지...'찐 수집가'들의 '무신사' 만든다

[스타트UP 스토리]황준현 바빌 대표…수집품 전문 이커머스·커뮤니티
  • 2021.12.03 08:57
  • 황준현 바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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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현 바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는 '악당'들이 타는 차다. 영화 속 첩보원 007 제임스본드가 첨단무기를 장착한 슈퍼카를 탄다면 악당들은 재규어를 탄다. 주인공과는 상반된 매력적인 악당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다. 이 중에서도 1998년식 재규어 XJ8(X308)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올드카' 중 하나로 꼽힌다. 올드카는 연식이 오래됐지만 나름의 역사나 매력을 갖고 있는 자동차들이다. 1990년대 생산된 비엠더블유(BMW)의 E36 M3나 포르쉐 911 터보 등이 대표적이다. 성능·편의성 면에서는 최신 자동차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복고적인 감성 때문에 올드카 매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설립된 스타트업 바빌은 올드카부터 카시오나 세이코 시계, 슬램덩크 만화책, 카우스 피규어, 피에르 자네트 의자 등 수집품을 사고 파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커뮤니티 '바이앤빌리브'를 운영한다. 이용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수집품을 선별·취급하는 큐레이션 이커머스를 표방한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스타트업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올해 9월부터 첫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황준현 바빌 대표(사진)는 "그동안 국내 수집가들은 주로 인터넷 카페나 지인 소개, 해외직구를 통해 수집품을 모아왔는데, 가격이나 정보의 불투명성부터 위·가품 우려까지 있었다"며 "원하는 수집품을 믿고 거래하고, 서로 취향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수집가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십조원 규모 급성장 '퓨처클래식' 수집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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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에 따르면 신발, 올드카를 포함해 각종 소장품을 거래하는 수집품 관련 시장은 수십조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중고 시장은 20조원, 올드카 시장은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수집품 품목도 과거 수천만원, 수억원씩 하던 초고가 특수품들 위주에서 다양한 가격대, 품목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는 초고가품보다 미래에 더 가치가 커질 수 있는 '퓨처 클래식' 수집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퓨처클래식은 시계, 운동화, 만화책 등 현재는 일반 상품이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재평가받을 만한 잠재력을 지닌 물품들을 뜻한다.

황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원래 그는 노무라증권, JP모건 등 10여년간 국내외 금융투자사를 두루 거친 소위 잘 나갔던 '금융맨'이다. 경력이 쌓이고 연봉이 높아질수록 일에 대한 마음이 예전같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가장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오랜 취미였던 올드카, 아트토이 수집을 '업'으로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같이 수집품을 모았던 지인들한테 말을 꺼내자 다들 같이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황 대표는 "수집을 하면서 불편하고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해결하거나 수집가들이 서로 소장품을 교류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빌의 사업모델은 크게 전자상거래와 커뮤니티 부문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검증된 퓨처클래식 수집품을 직접 또는 위탁 판매한다. 현재 취급품은 시계부터 만화책, 게임팩, 90년대 포르쉐 등 100여종이다. 매매 외에도 수집가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마이컬렉션', 희망 수집품을 점찍어 두는 '위시리스트' 등 주요 편의기능도 갖췄다. 다른 부분은 소장품에 얽힌 재밌는 사연이나 수집가의 얘기를 소개하는 커뮤니티 영역이다. 래퍼 '개코' 등 유명인들의 소장품과 얽힌 사연들을 온라인 매거진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바빌은 웹 서비스에 이어 연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활동 회원 수도 2만5000명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황 대표는 "신발 사진을 공유하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현재 국내 대표 패션 이커머스로 성장한 무신사처럼 수집가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수집품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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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현 바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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