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힘들다는 美 코스트코 입성...창업동아리가 뚫은 비결

[스타트UP스토리]대구대 창업동아리 '프레쉬벨', 어린이 착즙주스에서 셀프메디케이션 음료까지 확장
  • 2021.10.09 08:00
  • (왼쪽부터)김근화, 양준열 프레쉬벨 공동대표/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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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근화, 양준열 프레쉬벨 공동대표/사진=홍봉진 기자

'1000대 3', 지난해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개최한 품평회에 참여한 업체들간 경쟁률이다. 코스트코는 총 3차례의 까다로운 선발 평가를 거쳐 계약을 맺는데, 최종 선정 시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진열대에 깔리게 된다. 회사와 상품 인지도, 매출 규모가 코스트코 납품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탓에 입점을 희망한 국내외 업체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수준의 격정적 구애를 벌인다.

바늘구멍 심사를 뚫은 업체 3곳 중 1곳은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대구에 위치한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세운 '프레쉬벨'이 바로 그곳이다. 김근화, 양준열 프레쉬벨 공동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처럼 음식료 대기업들의 제품을 주로 받았던 곳(코스트코)이 저희 같이 작은 업체에게 품평회에 참여하라고 하니 처음엔 '이게 실화냐'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초도물량 60만 달러(약 7억원)치를 선적할 예정이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면 연간 최소 600만 달러(70억원)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라며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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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측의 환심을 산 프레쉬벨 제품은 이너뷰티(내면의 아름다움)콜라겐 제품과 코와 목을 보호하는 기능성 음료, 프로바이틱스 어린이 간식 등이다.

양 대표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재용 재료를 활용한 건강식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뜻의 셀프메디케이션 브랜드 '뉴데이 일일건강'을 작년 9월 런칭하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능성 음료시장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프레쉬벨의 시작은 어린이 음료 시장이었다. 2015년 450억 원이던 시장이 700억 원 규모로 껑충 뛰어오를 때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선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포장지에 새긴 '달짝지근한' 어린이 음료가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이 음료들은 탄산음료와 유산한 산도(pH)를 지녀 치아 손상과 충치 발생 우려가 있는 데다 당 함량 역시 일반 음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건강한 음료를 먹이고 싶은 데 건강한 건 왜 맛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프레쉬벨의 시작점이었다"며 "유아용 제품이기에 더 많은 안정성이 요구됐고, 유아들이 먹기 싫어하는 재료로 만들어야 하기에 더 큰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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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주스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사진=프레쉬벨

프레쉬벨은 수년여 연구 끝에 배와 도라지, 수세미 등의 천연재료를 활용한 인공첨가물이 없는 '파파주스'라는 제품을 선보인다. 배도라지는 사실 어른들도 떫은 맛에 마시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배도라지에 한약재를 넣어 착즙 방식을 통해 아이들도 맛있게 마시는 음료를 만들었다. 기자가 직접 마셔본 배도라지 주스는 특유의 달콤하고 깔끔한 맛, 배수세미 주스는 달달하면서 새콤한 맛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김 대표는 "2년간 54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능평가를 진행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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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근화, 양준열 프레쉬벨 공동대표/사진=홍봉진 기자

2016년 11월 2종의 착즙주스 제품은 롯데마트 PB(자제브랜드)상품으로 첫선을 보인 뒤 8개월 만에 롯데마트 124개 매장에서 유아 음료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어린이 건강음료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고 했다. 현재 파파주스는 중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인도네시아, 파라과이 등으로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 PB상품으로 착즙음료 10종을 판매 중이다.

프레쉬벨은 제품 개발을 위해 한의사, 대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진과 함께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3년간 9억 원대 R&D(연구·개발) 예산을 지원받아 5개 특허를 출원했고, 3건이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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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벨은 기업부설연구소를 두고 각종 원물에 대한 가공법을 연구하고 있다/사진=프레쉬벨

이를 테면 저온착즙 방식으로 갈변과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고 원물 자체의 맛과 효능을 살렸다. 미생물 발효를 통해 영양과 흡수율을 높이는 바이오컨버전 기술도 개발했다. 최근엔 음료 마개 안에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이 생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는 첨가재료를 보관해 뒀다가 마개를 돌려 따는 즉시 용기 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든 이종 첨가물 혼합용 음료용 마개 기술도 제작했다.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한 착즙음료를 만드는 만큼 원물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프레쉬벨은 '농가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품 포장에 원물을 제공해준 농가 이름을 넣고, 농산물 수매시 기존 수매가격보다 3~5%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등 농가와 상생하는 생태계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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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벨은 갤러리아백화점에 PB상품으로 착즙음료 4종을 공급하고 있다/사진=프레쉬벨

양 대표는 "배 농사는 기후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고 손도 많이 가서 점차 배 농사를 짓는 농가가 줄고 있다"면서 "제품 패키지에 개별 농가의 스토리를 디자인해 농가의 가치를 전달하고 원물을 통한 2차 가공품을 개발·생산하고 판로개척을 도와 드리면서 농촌 공동체 유지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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