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침 찔리고, 환자 폭언까지…간호사 눈물 닦아준 '작지만 큰 기술'

[스타트UP스토리]오광빈 뮨 대표 "의료환경 '안전 사각' 없애는 제품들 내놓을 것"
  • 2021.09.29 06:00
  • 오광빈 뮨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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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빈 뮨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일선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사용한 주사기를 버릴 때 주사침에 찔리는 의료사고부터 폭력적인 환자들의 폭언·폭행 등 각종 안전 문제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감염 위험도 커졌다.

안전한 의료환경은 단순히 의료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지킬 수 있어야 환자들도 안심하고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 건강권을 위한 길로 이어진다.


첫 번째 제품, 주사기 자동처리기기 '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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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스타트업 '뮨(MUNE)'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의료환경 개선을 목표로 작지만 큰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 회사 이름은 면역력이 생긴다는 뜻의 이뮨(Immune)에서 따왔다. 의료환경의 면역력(안전)을 높인다는 의미다.

뮨은 우선 간호사들이 주로 겪는 주사침 찔림(자상) 사고를 막기 위한 주사기 자동처리기기 'ANDY(Auto Needle Disposal sYstem)'를 개발했다. 주사기를 ANDY에 넣으면 내장된 칼날이 자동으로 바늘을 잘라 구분한 뒤 각 폐기물통에 버린다.

주사침 찔림 사고는 간호사는 물론 인턴·레지던트·전공의, 환경미화원까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로 인한 에이즈나 간염 등 혈액매개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만큼 위험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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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은 2019년 서울산업진흥원(SBA)의 '혁신기술 공공테스트베드 제공 사업'에 선정돼 ANDY를 공공분야에서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서울의료원 6개 병동에 ANDY 30개를 설치해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구현했다.

ANDY 설치 이후 간호사들의 주사기 처리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됐고 주사침 찔림 사고 빈도는 86%나 감소했다. 시제품을 제작한 뒤 정식 제품 출시 전까지 100번 이상 의료진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했다.

오광빈 뮨 대표는 "제품에 맞춰 의료현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ANDY가 의료현장에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2019년 상용화를 완료한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ANDY를 통해 폐주사기를 처리하는 모습 현재 국내 20여곳의 병원에서 ANDY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애보트 래피드진단과 협력하며 인천의료원·중앙보훈병원 등 지역별 병원·의료원으로 제품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해외에는 대만,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 16~17개 국가에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CE 인증도 확보한 상태다. 우선 유럽 시장에 진출한 뒤 판매 상황을 보면서 미국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제품 사원증 형태 '버즈녹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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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의 2번째 아이템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사원증 형태의 녹음기 '버즈녹음기'다. 예고 없이 일어나는 폭언, 폭행, 성희롱 등 사건·사고에 즉각 대비하기 위해 의료진이 항상 패용하는 사원증에 녹음 기능을 넣었다.

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별도의 고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뮨은 버즈녹음기의 두께와 무게를 줄이고 기존 버튼식이 아닌 후면 슬라이드 버튼을 위로 올리면 녹음이 이뤄지도록 편의성을 개선한 2세대 '라이트' 버전을 출시했다.

제품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교사, 경찰관, 상담센터 직원, 공기관 근무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수요가 나타났다. 와디즈에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은 목표액을 5721% 초과 달성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안양·삼척시지부에 총 1150개의 버즈녹음기 라이트를 도입했다. 버즈녹음기는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300여곳의 보건의료기관, 50여곳의 공공기관에서 구매가 이뤄졌다.

오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녹음기가 일선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는 "차량 블랙박스가 대중화된 이후 사람들이 조심히 운전하는 것처럼 녹음기의 존재를 통해 문제가 사전 예방돼야 한다. 녹음한 뒤 신고하고 싸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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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빈 뮨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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