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9.5억원' 투자유치 기회...'차세대 유니콘' 등용문 열린다
제10회 청년기업가대회 개최…최대 19.5억 투자유치 기회- 2021.09.03 06:30
2011년 열린 '제1회 청년기업가대회'의 슬로건이다. 20~30대의 최저임금 세대인 '88만원 세대'에 빗댄 표현이다. 당시 경기불황 여파로 일자리는 위축된데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늘면서 어느 때보다 창업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1회 대회는 주최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총 450여개팀이 참여해 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고벤처포럼 회장)은 "최근 많은 창업대회가 있었지만, 이처럼 열기가 높은 대회는 보기 드물다"고 평했다.
이처럼 신청자가 몰려든 이유는 이 대회만의 '독특한 룰'에 있다. 먼저 참가자격에 제한을 없앴다. 나이, 업종, 창업단계, 법인 등록 여부 등과 무관하게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 예선·본선 선발과정에서 특정한 정량적 심사표, 정형화된 심사기준에 따르지 않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화 가능성에만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VCNC(타다 운영사), 스타일쉐어, 크몽, 호텔나우 등 다수의 유망 스타트업을 배출하며, '차세대 유니콘의 등용문'으로 입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한국기업가정신재단과 머니투데이가 공동개최한 청년기업가대회는 정부 지원없이 순수하게 민간 차원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스타트업 경진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같은 청년기업가대회가 오는 6일부터 제10회 대회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1회부터 지난해 대회까지 수상한 팀들의 사업 아이템을 분석해 보고, 이번 대회에서 달라진 점도 짚어본다.
◇4차산업혁명·ESG 분야 다양한 BM 발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변화에 민감한 스타트업 업계에선 그 체감속도가 더 빠르다. 이 때문에 역대 창업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BM)의 변화상은 한 시대의 산업 변천사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청년기업가대회를 통해 소개된 사업 아이템도 무궁무진했다. 한국기업가정신재단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기반 뿐 아니라 유전공학, 기계공학 등을 이용한 사업과 서비스 분야 아이템도 많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제1회 대회에서 '메가넥스트상'을 수상한 아이테크(I-TEC)팀은 '폐광케이블을 재활용한 친(親)환경소재 개발' 아이템으로 높은 평가를 이끌었다. 이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맥락을 함께 한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명예연구위원은 "지금은 ESG 가치를 내재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시대에 와 있다"면서 "기업들의 빠른 경영 체질 전환에 국내 스타트업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고 평했다.
스타트업만의 특유의 민첩성이 돋보이는 수상작들도 눈길을 모은다. △무선비행로봇(바이로봇, 1회) △원격 조정장치 없이 손동작으로 기기를 조종하는 원거리 터치솔루션(Vtouch, 2회) △자율주행 4차원(D) 이미징 레이더(비트센싱, 8회) △사물인터넷(IoT) 기반 인공지능(AI) 환기 솔루션(에스아이디허브. 8회)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며 그 기반이 될 초기 기술 제품·서비스들을 다수 내놨다.
4~5회 대회 때는 '여행 테마'가 주류를 이뤘다. 디지털 경기 활황에 힘입어 국민소득 수준이 개선되면 '여가' 분야의 소비가 늘었던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공유·실시간·안전'이 핵심 키워드로 던져지면서 이런 변화에 빠르게 편승한 스타트업들이 각광을 받았다. △당일 남은 빈 방을 할인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는 숙박 예약 앱(호텔나우, 4회) △여행 경로별 실시간 최저 항공가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브링프라이스, 5회) △해외 여행객 안전 예방 서비스(핫츠고, 5회) 등을 선보이며 여행업계 판도를 바꿨다.
홍수, 폭염 등 급격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위험 수위를 다다르면서 이에 대한 대응력을 사업으로 빚어낸 업체들도 있었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 방지제품을 보급형으로 생산한 '플루드엑스'(2회)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본업 외에 'N잡'을 잡기 위한 직장인들을 위해 요리·제빵·공예 등의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브리클래스'(2회),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하루10개씩 알짜 광고만 추천해주는 맞춤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잡캐스트'(3회) 등도 관심을 모았다.
심사위원에는 농금원을 비롯해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는 3대 스타트업 투자기관이 모두 참여한다. 아울러 △카카오벤처스 △케이투인베스트먼트 △HGI △500스타트업코리아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로간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메가인베스트먼트 △어니스트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스파크랩 △소풍벤처스 등 국내외 유명 벤처캐피탈(VC)와 액셀러레이터(AC)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들이 참여해 4차산업혁명 시대,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유니콘을 발굴한다.
최종 우승팀은 한국기업가정신재단으로부터 업체당 최대 5000만원의 투자를 받게 된다. 예선·본선 통과팀도 각각 50만원과 8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결선에 진출한 모든 창업기업은 공동주최기관으로부터 별도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패스파인더 H는 최대 15억원을, 엔슬파트너스와 씨엔티테크는 각각 최대 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중복 투자를 받는다면 1개사가 최대 19억5000만원 투자받을 수 있다. 또 결설 진출팀은 패스파인더 H, 엔슬파트너스, 씨엔티테크의 특별상(상금 100만원) 수여 기회도 주어진다. 공동주관기관인 농금원도 예선 통과팀을 대상으로 특별상(상금 100만원)을 시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운영사인 엔슬파트너스와 씨엔티테크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면 팁스 프로그램에 선발될 기회도 주어진다. 이밖에 결선 진출팀은 공통주최기관으로부터 미디어 홍보 지원, 공동투자 및 시너지 업체 연결, 투자전략 멘토링 등 사업 고도화와 스케일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참가신청은 9월 30일까지 한국기업가정신재단 홈페이지(9월 6일 오픈 예정)에서 할 수 있다.
"대창업시대 이끌 국가대표 청년 모험가들 찾는다"
"대창업시대 항해를 떠날 모험가들을 찾습니다." 제10회 청년기업가대회를 앞두고 투자업계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22인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만들어 낼 청년 창업가들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디지털전환'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영역까지 혁신성만 갖추고 있다면 유망 스타트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엄민우 포스코기술투자 수석심사역은 "대항해시대에 항로를 발견했던 모험가들처럼 기존의 판을 뒤엎어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 패기 있는 청년 모험가들을 찾고자 한다"며 "창업팀의 인력 구성, 사업 모델의 시장적합성, 혁신 비전을 가장 중요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자 관심 분야에 대해 "원천기술력과 사업적 창의성을 지닌 제조 스타트업과 고유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 기업, 성장잠재력이 큰 새로운 플랫폼 업체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적인 창업가의 조건으로는 '혁신성'과 '시장적합성'을 꼽았다. 이병찬 패스파인더H 부사장은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미개척 영역을 바꿀 수 있는 혁신성과 이를 사업 형태로 일궈낼 수 있는 시장적합성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기존 전통 산업군에서 아직 디지털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영역에서 사업 모델을 찾는다면 좀 더 빨리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전세계적인 화두가 된 ESG 영역도 심사위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면서도 사회 전반에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ESG 영역의 창업팀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발한 아이디어나 제품, 서비스도 좋지만 그 보다 현신 기술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잠재력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 지구적인 기후환경 변화와 헬스케어(건강관리), 친환경적인 식량생산을 위한 농식품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일쉐어·VCNC·크몽 등 수상기업들 '비상'
10·20대 패션정보 플랫폼 '스타일쉐어'가 대표적이다. 2011년 설립된 스타일쉐어는 제1회 청년기업가대회에서 최고상인 DMS상을 수상한 후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는 700만명, 누적투자액은 55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패션 유니콘 기업 무신사에 3000억원에 인수되면서 성공적인 창업신화를 썼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커플 메신저 '비트윈'을 서비스하는 VCNC도 청년기업가대회 수상팀이다. 스타일쉐어와 함께 제1회 대회에서 딜로이트상을 수상했다. 이후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출범해 성장하다 2018년 유니콘 기업 쏘카에 인수합병(M&A)됐다. 올해 5월에는 커플 메신저 부문도 게임사 크래프톤에 인수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과 호텔 공실 예약서비스 호텔나우도 각각 3회, 4회 청년기업가대회에서 수상한 스타트업이다. 크몽은 IT·프로그래밍, 영상·편집 등 10여개 프리랜서 서비스를 연결하며 성장했다. 수상 이후 프리시리즈A 단계부터 투자받기 시작해 올해까지 480억원의 누적투자액을 유치했다. 호텔나우 역시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으며 2016년 트레블테크 유니콘 기업 야놀자에 인수됐다.
2017년(7회)에는 콜라비팀이 수상했다. 콜라비팀은 원페이지 협업도구툴 '콜라비'로 혁신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기업용 메신저 '콜라비 메신저'를 발표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9년 8회 대회에는 비트센싱과 프로젝트노아가 공동 수상했다.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레이더 전문 스타트업으로 수상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를 사용한 '최태원 SK 회장 칫솔' 제조사로도 알려진 프로젝트노아 역시 지난해 21억원의 프리시리즈A단계 투자를, 올해는 30억원대의 시리즈A투자를 유치했다. 박근우 프로젝트노아 대표는 지난 대회 수상소감을 통해 "그동안 많은 실패를 경험해 고민이 많았는데 청년기업가대회 우승이 큰 격려가 됐다"며 "기업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모험가에게 청년기업가대회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미디어 액셀러레이팅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