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魚? 맛있네!" 수산물로 7000억 안주간편식 접수 나선 女벤처스

[스타트UP스토리]정여울 웰피쉬 대표, 바닷장어 맛집에 매료돼 수산물 푸드스타트업 창업
  • 2021.08.24 06:00
  • 정여울 웰피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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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웰피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케이푸드(K-FOOD) 대표 음식이 비빔밥과 김치여야만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일본의 초밥, 베트남의 쌀국수, 이탈리아의 피자처럼 국가명 따라 연상되는 전통음식에 '술안주'를 추가하겠다고 한다. 이를테면 한국하면 '명태껍질구이칩'나 '장어포'를 떠올리는 식. "국민 폭탄주 '소맥'에 반한 외국인들이 많다는데, 한국 하면 딱 떠오르는 술안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제법 그럴듯한 당찬 소신을 내보였다.

이걸로 국위선양하겠다니 어지간한 애주가이겠거니 싶지만, 이미지는 정반대인 앳된 얼굴, 작은 체구에 올해 30세 여성 창업가다. 수산 가공식품 유통 플랫폼 '웰피쉬'를 운영하는 정여울 대표는 머니투데이 미디어 액셀러레이터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즐겨 먹는 술안주 시장을 통영 수산물 중심의 안주 간편식으로 쥐어잡아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韓 수산물 섭취국 1위국, 그런데 왜 식탁엔 드문드문 오를까=웰피쉬의 회사소개서 첫 장엔 UN(유엔)식량농업기구 최신 자료가 인용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각국 1인당 수산물 섭취량 부문에서 한국이 58.4kg로 1위다. 이어 노르웨이(53.3kg), 일본(50.2kg) 순이다.

정 대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산물을 많이 먹고 있지만, 정작 일반 가정 내 삼시세끼 식단을 보면 수산물 반찬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농식품에 비해 수산물 간편식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산물을 원물 위주로 팔다보니 다듬을 때 비린내도 나고, 높은 조리 난이도가 요구된다. 이런 것들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거다. 수산물에 대한 접근성 개선, 제품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품 개발 중 손목 아작난 악바리=창업 준비 과정을 얘기하는 정 대표에게선 악바리 면모가 엿보였다. 새로 개발한 '장어김밥'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새벽 2시부터 준비해 직장인들이 붐비는 여의도·명동 등 새벽 출퇴근길에 나가 팔아보기도 하고, 제주도로 넘어가 건조한 수산물을 첨가한 빵을 만들기 위해 수 백여 차례 밀가루 반죽을 만들다 손목이 아작나기도 했다. 이어진 개발 비하인드를 종합하면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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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장어에 매료=정 대표에게 고향도 아닌데 그 많은 지역 중 통영을 고집한 이유를 물었다. 대학생 때 바닷장어 맛집을 찾아갔던 게 인연이 됐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확한 바닷장어 대부분이 장어덮밥을 즐겨 먹는 일본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바닷장어의 맛을 아는 사람이 국내엔 드물다.

정 대표는 "국내 시중에 판매되는 장어는 거의 양식으로 기른 민물장어인데 바닷장어는 자연산으로 기름기도 덜하고 담백해서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를 포장해 지인들에게 보냈는 데 매년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공동구매로까지 이어지면서 '통영 수산물로 뭘 해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뜻밖에 제안=정 대표는 곧장 서울창업진흥원(SBA) 서울창업허브 키친인큐베이터 푸드메이커 사업에 지원했다. 이곳에서 통영 바닷장어를 기반으로 한 '장어두루치기·장어탕·장어삼각김밥' 등을 개발·판매했는데 SBA 입주사 뿐만 아니라 외부 손님까지 몰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장어강정'은 매일 준비된 물량이 '완판'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를 주메뉴로 미역 국물을 베이스로 한 오댕, 재철 수산물을 활용한 충무김밥 등을 새롭게 개발하며 '통영 수산물 분식 프렌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푸드메이커 과정에 강사로 온 한 유명쉐프가 이를 맛본 뒤 정 대표에게 동업을 제안했고, 웰피쉬를 공동창업하게 된다.

◇분식에서 술안주로 급전환=정자동에 위치한 공유배달매장에서 1.5평 남짓한 공간을 얻어 일단 문은 열었다. 단가가 다소 높았지만 매출은 꾸준히 올랐다. 그런데 매니저, 주방보조 등 사람을 부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벽까지 영업하면서 다음 단계인 밀키트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다 2020년 초 예측 못한 코로나19(COVID-19) 사태까지 겹쳤다.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으로 전환했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팔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정 대표는 "그때 타깃시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여럿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낸 게 안주 브랜드인 '드렁큰 피쉬'"라고 말했다.

당시 안주 간편식 시장이 뜨고 있었는데 대부분 닭발, 곱창 등 육류 위주라는 점에서 비집고 들어갈 리치시장이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에 가면 편의점에서도 문어 숙회 등 수산물 안주를 파는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수산물 안주에 대한 소비가 급증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분야에 국내 리딩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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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웰피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안주는 건강식, 남다른 접근=웰피쉬가 판매 중인 제품은 총 4종이다. 상품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명태껍질구이칩'을 오리지널·와사비맛·매운맛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시장에선 보통 황태껍질 튀각이 많은데 다이어트붐에 튀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데다 건강한 수산물 안주를 지향하기 위해선 튀기는 것보단 굽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멸치꾸어'는 흰 생선에 통영 멸치를 넣어 감칠맛을 높였다. 정 대표는 "통영에 멸치가 유명한데 마른멸치를 상자에 그램 단위로 팔 뿐, 이를 이용한 대표적 관광식품이 없다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쥐포, 오징어 보다 씹는 맛, 영양가가 일품인 '장어포'는 시중 유명 초콜릿박스와 같이 고급스럽게 포장해 고품질을 강조했다. 술안주와 함께 숙취해소제 시장도 공략해볼 요량으로 한의사와 협업해 '장어환'도 개발했는데 현재는 건강식품으로 팔리고 있다.

◇책과 함께 판다?=초기 푸드 스타트업에게 유통은 난제다. 웰피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길이 열렸다.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이른바 '책맥'이 유행하면서 책 정기구독 플랫폼 업체에서 제휴의 손길을 뻗어왔다.

또 수제맥주 스타트업과 전통주 시장이 커지면서 납품업체가 크게 늘었다. 아울러 코로나19 호황을 맞은 골프장 업주들이 고급안주를 찾다가 웰피쉬 상품을 알고 주문해 오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올 하반기 골프장 VIP 등을 겨냥한 '동결건조 장어추어탕면'과 '톳만두'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정 대표는 "혼술 시장이 커지고, 저도수·저열량을 선호하고, 와인·전통주를 찾는 20대 초반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등 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해 가는 데 반해 안주는 이런 유행을 못 따라가는 실정"이라며 "약 7000억 원 규모의 안주 간편식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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