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0조 슬랙보다 낫다" 실리콘밸리 뒤흔든 대어급 K스타트업


  • 2021.07.29 07:00
  • 조쉬 리(이주환) 스윗테크놀로지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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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리(이주환) 스윗테크놀로지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요즈음 기업들 혁신, 혁신하면서 테스크포스(TF)를 많이 만드는데, 막상 이들에게 최적화된 업무용 콜라보레이션(협업) 툴이 아예 없잖아요. 그 틈새부터 파고든거죠. 2년 안에 이 시장을 다 먹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상 외산 천하인 업무용 솔루션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는 K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을 이끈다. 정식 서비스를 내놓은 지 채 2년이 안 됐지만, 161개국 2만여 개 회사가 쓸 정도다. 이미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톰슨로이터, 위워크 등에서 쓰고 있고, 국내에선 지난 5월부터 대한항공, 티켓몬스터 등이 속속 도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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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회사엔 영업직원이 없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고객이 단기간 '확' 늘었다는 얘기다. 이런 성장세는 후발주자지만 시장의 '절대 강자'들을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스윗테크놀로지스'다.

조쉬 리(이주환) 스윗테크놀로지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COVID-19)로 기업근무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그 어느 때보다 부서·팀 간 더 많은 협업을 요구받으면서 우리를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윗테크놀로지는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해 2019년 3월 업무관리 기능과 메신저 등을 결합한 협업 소프트웨어(SW) '스윗'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한국어판은 작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 연구개발센터(스윗코리아)에 65명, 미국 본사에 30여명이 근무 중이다

스윗테크놀로지는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전문지 'CIO 리뷰'가 뽑은 '가장 유망한 원격업무 기술 솔루션' 1위에 선정됐다. 또 같은해 2월, 133개국 약 400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그린드글로벌 콘퍼런스(Startup Grind Global Conference)에서 신인상(Growth startup of the year)을 수상하며 기업가치가 30조원이 넘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과 프로젝트 관리도구 '트렐로'를 한번에 뛰어넘는 혁신 도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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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전문지 'CIO 리뷰' 커버스토리에 실린 스윗테크놀로지/사진=CIO리뷰 캡쳐
스윗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부서·팀 간 소통, 프로젝트 및 일정 관리, 파일 공유 등을 지원한다. 고객은 별도의 소프트웨어(SW)를 내려받지 않아도 스윗의 웹 플랫폼 안에서 조직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스윗은 단순한 협업툴이 아니라 협업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소통과 업무관리 기능을 모두 포함한 '직원 생산성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365의 모든 기능,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 기업용 메신저 등을 스윗 안에서 마치 하나의 서비스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허브 환경을 제공한다"고설명했다.

지금까지 유료고객 이탈율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0%대다. 이 대표는 "원격근무가 일상화된 현재 상황에서 스윗이 전세계 주목을 받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격 팀워크 솔루션 서비스 분야에서 전 세계 패권을 쥐겠다"고 밝혔다. 스윗테크놀로지는 이를 위해 내년까지 추가적으로 연동되는 외부 업무용 앱을 5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사 서비스의 핵심가치로 '업무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중견·대기업에서 이뤄지는 부서 간 공동작업을 보면 앞단에 A부서 일이 언제 끝날지, 현재 작업진행 상황은 어떤지 뒷단 B부서가 알 방법이 없을 때가 많았다"며 "스윗은 부서 간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지도록 '크로스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지원, A와 B부서의 업무 진행도가 투명하게 나타나도록 해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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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리(이주환) 스윗테크놀로지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스윗테크놀로지는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앞으로 목표는 오는 2023년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되는 것이다. 이어 2026~2027년 사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세상 누구나 다 쓰는 업무용 협업 툴을 내놓은 최초의 한국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기업 협업 솔루션은 오는 2023년 약 6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코딩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학원 유명강사로 일하다 교육용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교사가 개발자의 도움 없이 학생의 학습수준에 맞춰 교육자료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었다. 하지만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막 이뤄지는 시점이었던 탓에 '시대를 너무 앞서간 제품'으로 시장 문턱은 넘지 못했다. 이어 기업용 학습관리시스템(LMS)를 개발하고 재창업에 나섰지만, 시장의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빨리 털고 나왔다고 한다

값비싼 수업료를 두 번이나 치룬 이 대표는 "대부분의 초기 창업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난 후에 고투마켓(Go-To-Market) 전략을 짠다"면서 "시장이 얼마나 성숙해 있는지, 경쟁사는 고객 대응을 얼마나 빠르게 하면서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는지 등의 시장 분석을 엄청나게 한 다음에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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