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로 변하는 농업용 비닐...인건비·친환경 모두 잡았다

[스타트업 어벤져스-(2)기후위기] ③박회연 서진바이오텍 대표 인터뷰
  • 2021.07.23 14:04
  • 박회연 서진바이오텍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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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회연 서진바이오텍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농촌 폐비닐 수거 비용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연간 10억원이 넘습니다. 앞으로 이 비용은 인건비 상승으로 더 커지겠죠. 차라리 수거 비용으로 100% 생분해되는 비닐을 구입해 나눠주는 게 더 경제적일 겁니다."

박회연 서진바이오텍 대표(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26년간 플라스틱 제조설비를 개발하다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생분해 제품과 기계설비를 개발했고, 최근 관련 특허 등록과 친환경 인증인 환경표지인증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촌 폐비닐 발생량은 31만8775톤에 이른다. 지자체는 폐비닐을 수거하기 위해 이물질 함유량에 따라 수거보상금을 지급하는데 경기도의 경우 1㎏당 70~150원, 충청북도의 경우 1㎏당 60~140원을 지급한다. 1㎏당 100원으로 계산하면 전국 폐비닐 수거비용은 319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수거량이 61%인 19만5005톤에 그치면서 수거보상금을 300원으로 인상하고 국비 보조비율도 10%에서 50%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비닐이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되면 농경지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생분해 멀칭필름(농업용 비닐)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도 비싸다는 경제적인 이유와 진짜 100% 생분해되는지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확산이 안됐다"며 "정부가 인증을 받은 생분해 제품을 일괄 보급해준다면 폐비닐 수거 및 처리 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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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바이오텍의 생분해 멀칭필름(왼쪽)과 멀칭필름을 사용한 논/사진제공=서진바이오텍



농업용 비닐, '생분해' 제품으로 바꾸면 쓰레기 아닌 '퇴비'


서진바이오텍이 개발한 '서진생분해 멀칭필름'과 '생분해성 농업용 필름'은 퇴비화 조건인 58~59℃에서 미생물에 의한 증식으로 100% 생분해된다. 사용 환경이나 토양에 따라 생분해 속도가 다를 수 있지만 통상 6개월이 지나면 생분해 멀칭필름은 퇴비가 돼 사라진다. 소각해도 미세먼지나 발암물질 등 유해가스 발생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박 대표는 "지금 마늘 수확시기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보니 일당을 두 배 줘도 일손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인건비 상승으로 농민 입장에서도 일반 비닐보다 생분해 멀칭필름을 사용하는 게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한 사람이 3만3000㎡(1만평)규모의 밭에서 폐비닐을 걷어내려면 열흘이 걸리는데 최근 하루 인건비 15만원을 반영하면 150만원이 든다. 일반 농업용 비닐값은 40만원으로 저렴하지만 수거 비용까지 포함하면 190만원이 드는 셈이다. 반면 '생분해 멀칭필름'의 구매비는 보조금(50%)을 적용하면 같은 면적 기준 133만원 정도로 일반 비닐에 비해 3배 이상 비싸지만 수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50만원 이상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생분해 농업용 비닐 사용이 확대되지 못한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 인식 부족 탓도 크다. '산화생분해' 제품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산화생분해 제품은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남아 토양을 오염시키고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생분해성 제품에만 환경표지인증을 준다.

박 대표는 "EL724(생분해성 수지제품)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서진생분해 멀칭필름'은 강원 영월 옥수수 채종(종자 채집) 단지에서 6년간, 경기도 김포 콩·조 생산농지에서 2년간 사용되며 우수성을 검증했다"면서 "친환경 농업을 위한 정부지원 예산 절감과 농가 소득증대로 이어지며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진바이오텍이 개발한 생분해성 제품들을 실험용 용해제인 클로로포름에 넣어 모두 녹아 없어지는 실험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멀칭필름은 물론 쓰레기봉투, 마스크 등이 용액에 들어가자마자 분해돼 사라졌다. 반면 일반 비닐이나 마스크는 그대로 형태를 유지했다.




사탕수수 25% 들어간 플라스틱 용기로 탄소저감…일회용 용기 많이 쓰는 대기업 줄섰다


서진바이오텍은 생분해 제품으로 멀칭필름뿐 아니라 △일회용 봉투 △쓰레기 봉투 △뽁뽁이(에어캡) △마스크 △일회용 도시락 용기까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수요가 크지 않은 게 문제다.

이에 서진바이오텍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탄소저감 시트압출 제품들을 개발해 국내 최초로 EL727(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 환경표지인증을 받았다. 현재 친환경에 관심이 높은 백화점, 편의점, 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협의 중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도 자체적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해 환경인증을 받으려고 했으나 물성부족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EL727 제품은 사탕수수(탄소중립형 식물체 바이오매스) 함량이 20~25% 이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고 전자렌지에서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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