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이 가족 몰래 만든 마법게임, 구글 인디 TOP3 '매직'

[스타트UP스토리]김성근 레메 대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같은 묵직한 RPG 만들겠다"
  • 2021.07.07 19:30
  • 김성근 레메(LEME)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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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레메(LEME)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공무원 시험(공시)을 2년 준비했지만 시험에 낙방했다. 힘들더라도 즐거운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니 '게임 개발'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었다. 가족에게는 비밀로 하고 독서실과 카페에서 코딩 방법을 구글링하며 몰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매직서바이벌'이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탑3에 올랐고 수익도 내면서 지금은 대기업 직원 못지않은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김성근 레메(LEME) 대표는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자신의 배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경북 경주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여느 '공시생' 같은 모습이었지만 게임에 대해 얘기할 때는 프로 개발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레메는 지난해 1월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김 대표 혼자 운영하는 1인 기업이다. 레메라는 이름은 단순한 영문 조합으로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는 "회사 이름에는 큰 의미가 없지만 출시하는 게임들을 통해 많은 의미를 부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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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9년 11월 첫 출시한 '매직서바이벌'은 핵 앤 슬래시 장르의 캐주얼 게임이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로 명성을 얻은 글로벌 게임업체 '블리자드'가 2000년 발매한 액션 롤플레잉 디아블로2의 카우방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제거하는 게임으로 단순히 이동방향만 조작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가까운 적을 공격한다. 다양한 마법을 수집하며 보다 강한 마법으로 적들을 한 번에 쓸어 담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천문학자, 소환사, 주술사, 워록, 대마법사, 학자, 마도학자, 전투마법사, 흑마법사, 리치, 비숍, 카발리스트 등 각 학파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는 성장형·생존형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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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서바이벌은 지난해 제5회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탑20, 탑10을 거쳐 최종 단계인 탑3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일단 참여나 해보자는 생각에 출품했는데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선정돼 매우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탑3 혜택으로 구글에서 상금과 함께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았다. 구글플레이 코리아 유튜브에 출연해 모델 '정혁'과 함께 매직서바이벌을 플레이한 영상은 64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게임의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누적 다운로드는 250만건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몰래 개발하느라 힘들었는데 탑3에 선정된 이후 게임 수익이나 성과를 갖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매우 놀라면서도 인정을 해주셨다. 지금은 많이 자랑스러워하면서 응원해주고 계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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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레메(LEME) 대표의 아이디어 노트
김 대표는 게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해놓고 있지만 당장 차기작 개발에 착수하기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매직서바이벌을 더욱 고도화하고 개선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만들고 싶은 게임은 있지만 아직은 게임을 개선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처음 개발한 게임이다 보니 애착도 가고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기작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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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레메(LEME)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매직서바이벌의 장르를 감안하면 김 대표가 클래시오브클랜과 브롤스타즈 등 캐주얼 게임으로 유명한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을 목표로 할 것 같지만, 그가 지향하는 게임 개발 롤모델은 디아블로 같은 묵직한 RPG를 내놓는 블리자드다.

김 대표는 "블리자드처럼 한 개의 게임을 만들고 꾸준히 관리하는 모습을 본받으려 한다"며 "지금은 1인 게임사지만 앞으로 여러 개의 게임을 만들게 되면 직원들을 고용하면서 제대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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