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스마트폰 대신 AR글래스"…네이버·카카오도 투자한 회사[유니밸리]

[유니밸리-한양대학교 2-6]김재혁 레티널 대표 "넥스트 스마트폰은 스마트워치 아닌 AR글래스"
  • 2021.06.03 07:00
  • 김재혁 레티널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mage
김재혁 레티널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mage
"앞으로 AR(증강현실)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겁니다."

AR글래스용 렌즈 모듈을 개발한 김재혁 레티널 대표(32·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스마트와치는 스마트폰을 대체하지 못하고 보조기기에 그치고 있지만 AR글래스는 '넥스트'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10월 설립한 레티널은 AR글래스용 렌즈의 광학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AR글래스란 안경처럼 쓰고 사용하는 일종의 컴퓨터를 말한다.

레티널은 바늘구멍 원리(핀미러)를 응용해 뚜렷한 상을 보여주는 AR글래스용 렌즈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렌즈 위쪽에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부착하고, 그 화면이 거울에 반사돼 사람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렌즈가 작아도 크고 깨끗한 상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레티널은 최근 이 렌즈를 적용한 'T글래스'를 선보였다. 올 하반기쯤 키트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T글래스는 기업 고객을 위해 샘플용 제품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핵심인 광학모듈 부품을 판매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고객사가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고 렌즈만 채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AR글래스는 2012년 구글글라스를 시작으로 많은 업체들이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와 편의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AR글래스가 대중화되지 못한 건 사용성(디자인), 시인성(기술), 양산성(가격)에서 모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안경이라기엔 너무 크고 무거운데다 안경을 통해 보는 스크린(가상화면)의 질은 높지 않은데 가격만 비쌌다"고 설명했다. 레티널이 개발한 AR렌즈는 일반 안경처럼 작고 가벼운데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화질도 뛰어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image

AR글래스를 개발하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4~5군데 정도가 알려졌다. 이중 구글이 홀로그램 안경 포칼스를 선보인 '노스'를, 애플이 AR글래스용 렌즈에 특화된 '아코니아 홀로그래픽스'를 인수했다. 구글의 노스 인수가격은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로 추정된다. 해외시장 보고서에 레티널의 동향이 계속 오르내리는 이유다.

김 대표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면서 "본질적으로 자생을 목표로 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기업공개(IPO)든 인수합병(M&A)이든 모두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레티널을 설립할 때 김 대표는 한양대학교 3학년 재학생이었다. 어쩌다보니 대학을 군 제대후인 2013년에 들어갔다. 24세에 늦깍이 대학생이 됐지만 대학생활 3년은 마치 대학원생처럼 보냈다.

김 대표는 "전공이 산업공학, 부전공이 컴퓨터공학이었다"며 "운 좋게 인지심리학 교수의 인지공학연구소에서 의공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가상현실(VR)과 게임을 활용한 재활치료 임상연구 기회를 가졌는데, 이때 재활 프로그램 개발과 치료 효과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관련 논문 집필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AR글래스 대한 아이디어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친구인 하정훈 공동창업자와 함께 일식을 관찰하면서 핀홀 효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다 2015년 한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만난 사람들과 함께 1년간 시제품을 만들었고, 2016년 정부 과제에 선정되면서 레티널을 설립했다.

그동안 전시회, 학회 등에 나가서 기술을 알리는데 집중해왔던 레티널은 앞으로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렌즈와 디스플레이 모듈 제품을 묶은 평가키트(Evaluation Kits)를 판매해 실적을 낼 것"이라며 "또한 생산라인 증설 및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제품을 양산, 광학계 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는 무거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지만 앞으로는 키보드만 있으면 AR글래스로 모니터 화면 3개 정도 띄워 작업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레티널은 설립후 1년도 안돼 네이버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14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내년초에는 시리즈 C 투자유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CTO는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로부터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