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기사

창업 외면하는 청년들…"노량진 공시생 더 몰려"

[점프업 2030 청년창업]①-3 성공한 스타트업 부재, 실패 두려움, 창업 교육 미비 등이 원인
  • 조성은 기자
  • 2017.06.1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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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지난 몇년간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창업을 지원해 왔지만 청년창업은 몇년 째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시각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구체적으로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이 69.3%로 2013년보다 1.2%p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생기업의 열기가 가득한 창업국가 조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부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등 적극적으로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문 후보가 노량진 공시촌을 방문했을 때 청년들은 대체로 문 후보의 벤처공약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문 후보가 직접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도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최근 노량진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만난 3년차 공시생 배 씨(31세)도 "공무원 시험 커트라인을 낮춰준다는 말이나 귀에 들어오지, 무슨 창업이냐?"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올 하반기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공무원 증원 계획'을 밝히자 구직 중이던 청년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들며 창업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노량진 학원가는 공무원 시험 학원등록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며 유례 없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한 경찰학원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전반적으로 점점 늘고 있다"며 "학생, 직장인 가리지 않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도 창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30대 강 모씨는 당초 전공을 살려 창업을 계획했지만 결국 꿈을 포기하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강 씨가 창업을 포기한 데는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퇴직금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실패의 아픔을 겪은 강 씨 부모님의 만류가 크게 작용했다.

34세 김 모씨 역시 직업 안정성 때문에 현실과 타협한 케이스다. 방송국 PD로 잘 나가던 김 씨는 중간에 회사를 나와 프로덕션을 차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먼저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한 동료 PD들이 열이면 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창업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일찌감치 취업 준비에 뛰어든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대기업 사원 박 모씨(27세)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체계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은 저학년 때 이미 다 취득했고, 취업 박람회 일정이나 기업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취업 정보통'으로 통했다.

그러나 창업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다. 사실 대학 내에서 취업정보는 홍수처럼 쏟아지지는데 비해 창업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공인회계사 이 모씨(31세)도 마찬가지다. 이 씨는 창업은 고사하고 극심한 취업난에 도저히 취직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일찍부터 전문직 자격층 취득에 올인했다.

그는 대학시절 '창업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창업을 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루트도 없었고 무엇보다 주변 친구들과 선후배 중 창업을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한 게 창업을 고려하지 않게 된 주된 이유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지원과 정책 시행의 결과로 창업생태계가 조성됐음에도 바로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청년들이 창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VC) 네오플럭스의 노우람 팀장은 "청년들의 창업의지를 북돋으려면 주변에 성공한 스타트업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용기를 내 하나 둘 창업전선으로 모여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년들의 창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과 무관심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아무리 창업국가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가 숱한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도 청년창업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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